전통발효음식 된장과 청국장의 미생물 차이와 효능 비교
된장과 청국장은 모두 콩을 원료로 하는 한국의 대표 발효식품이지만, 발효 방식과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된장과 청국장, 발효 과정에서 비롯된 미생물의 차이
된장은 일반적으로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운 뒤 장독에 소금물과 함께 숙성시키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은 곰팡이인 아스퍼질러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와 무코르 속(Mucor spp.), 그리고 숙성 과정 중 다양한
바실러스 속(Bacillus spp.)과 락토바실러스 속(Lactobacillus spp.) 세균들입니다. 특히 아스퍼질러스 오리제는 강력한 단백질 분해 효소(프로테아제)와 전분 분해 효소(아밀라아제)를 생산하여 콩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아미노산, 당으로 분해합니다.
이로 인해 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감칠맛과 풍부한 영양 성분을 갖추게 됩니다.
반면 청국장은 메주를 띄우지 않고, 삶은 콩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거나 접종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를 중심으로 짧은 시간(보통 2~3일) 동안 발효시킨 음식입니다. 곰팡이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아스퍼질러스 계열의 효소 작용은 거의 없으며, 바실러스가 생산하는 점액질 물질(폴리글루탐산)과 강력한 단백질 분해 효소가 중심이 됩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청국장은 특유의 점성과 강한 향을 가지며, 된장보다 발효 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단백질 분해산물이 풍부하게 생성됩니다.
요약하자면 된장은 곰팡이와 세균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 발효식품, 청국장은 바실러스 단일 우점 발효식품이라는 차이를 지니게 됩니다.
된장과 청국장 숙성과정의 미생물 군집 및 주요 대사산물
된장 속 미생물은 곰팡이, 세균, 효모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곰팡이는 단백질, 전분, 지방을 분해하는 다양한 효소를 공급하며, 세균은 숙성 과정에서 유기산, 아미노산, 펩타이드 등을 생성합니다. 대표적으로 바실러스 아밀롤리퀴파시엔스(Bacillus amyloliquefaciens)와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Lactobacillus plantarum) 등이 확인되며, 이들은 발효 도중 항균 물질과 유기산을 생산하여 저장성을 높이고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효모 또한 일정 부분 발견되며, 발효 향미와 알코올, 에스터 등의 향 성분 생성에 기여합니다.
청국장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미생물 구조를 보입니다. 주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가 발효의 전 과정을 주도하며, 일부 환경에서는 바실러스 리케니포르미스(Bacillus licheniformis)나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 일부 균주는 안전성 문제로 관리됨) 등이 소량 존재하기도 합니다. 바실러스 서브틸리스는 특히 나토키나제(nattokinase)라는 효소를 생산하는데, 이는 혈전을 용해하는 효과가 있어 심혈관 질환 예방과 관련된 건강 기능성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청국장은 발효 과정에서 폴리글루탐산(γ-PGA)을 대량 생산하여 점성이 강한 질감을 형성하는데, 이 물질은 장내 수분 유지와 칼슘 흡수 촉진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리하면 된장은 다양한 미생물이 장기간 협력하여 다층적인 맛과 향, 영양을 만들어내는 복합 발효식품이고, 청국장은 단일 균주 중심이지만 특수한 대사산물을 다량 생산하는 단순 구조의 발효식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효능 비교: 공통성과 차별성
된장과 청국장은 모두 콩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단백질 분해를 통한 아미노산, 펩타이드가 풍부하고, 항산화 물질, 이소플라본(식물성
에스트로겐), 사포닌 등 콩 고유의 기능성 성분을 보존하거나 강화합니다. 이로 인해 항암 효과,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면역력 강화, 항산화 작용 등
다양한 건강 효과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발효식품의 차별적 효능은 발효 미생물의 특성과 발효 기간에서 기인합니다. 된장은 아스퍼질러스가 생산하는 글루탐산과 발효 숙성 중
생성되는 ACE 억제 펩타이드가 풍부해 혈압 조절과 심혈관계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줍니다. 또한 긴 발효 기간 동안 다량의 생리활성 물질이 축적되어 만성질환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줍니다.
청국장은 빠른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나토키나제와 비타민 K2가 대표적인 차별성입니다. 나토키나제는 혈전 용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심근경색, 뇌졸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 K2는 칼슘 대사를 조절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청국장의 바실러스는 장내 환경 개선 효과가 강해, 변비 예방과 장내 유익균 증식에 효과적입니다.
요약하면, 된장은 장기간의 숙성과 다양한 미생물이 어우러져 풍미와 전반적인 건강 효능을 강화하는 발효식품이며,
청국장은 짧은 발효 과정에도 불구하고 특정 건강 효과(혈전 용해, 뼈 건강, 장 건강)에 특화된 발효식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 지혜와 현대 과학의 접목
된장과 청국장의 미생물 차이와 효능 비교는 단순한 전통 지식이 아니라, 현대 과학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검증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과 메타게놈 분석을 통해 각 발효식품에서 발견되는 미생물 군집이 정확히 밝혀지고 있으며, 메타볼로믹스 연구를 통해 생성되는 대사산물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체계적으로 규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된장에서 발견된 특정 바실러스 균주는 항균 펩타이드를 생산하여 식중독균 억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청국장에서 분리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는 혈전 용해 능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되어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전통 방식으로 발효된 된장과
청국장의 미생물 다양성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제품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점이 강조되며, ‘전통 발효 방식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재조명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결국 된장과 청국장은 서로 다른 발효 미생물의 특성을 통해 독자적인 건강 효능을 만들어내는 상보적 발효식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은 한국인의 전통 식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으며, 현대 과학은 이러한 전통이 지닌 합리성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두 발효식품은 한국인의 식탁을 넘어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글로벌 기능성 식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