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관광

‘걷는 당진학’: 지역 관광을 배우는 가장 느린 방법

땅무니25 2025. 11. 5. 15:59

도시를 배우는 가장 느린 방법, 걷기의 힘

도시는 발로 읽어야 이해된다.
당진의 골목과 해안, 들판과 포구를 천천히 걸어보면,
지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도시의 결’이 손끝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걷는 당진학(當津學)’의 출발점이다.

 

걸으며 도시 당진을 이해하는 지역 관광 르로그램 걷기형 관광 루트
합덕제-'세계 관개시설물 유산'


‘당진학’이란 단순히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시간을 직접 체험하며 이해하는 체험적 학문을 의미한다.
걷는다는 행위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깊은 학습의 도구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를 맞아 당진시는
‘느리게 배우는 관광’, ‘걸으며 만나는 지역’을 핵심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글에서는 ‘걷기’를 통해 도시를 배우는 새로운 방식,
즉 ‘당진학’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지역 관광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의 시대 속에서, 당진은 ‘가장 느린 방식으로 배우는 도시’를 지향한다.

 

 

걷기의 시작 — 발이 도시의 기억을 깨우다

당진의 거리를 걸어보면, 도로와 건물의 배열 너머에
이 도시가 쌓아온 시간의 흐름이 보인다.
면천읍성의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조선 시대 읍성의 구조가,
삽교호 수변길을 걸으면 산업화 이후 도시의 확장 흔적이 드러난다.
이처럼 ‘걷기’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복원하는 행위다.
‘걷는 당진학’은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당진의 문화해설사와 지역 연구자들은 관광객과 함께 걸으며
지도의 점이 아닌 ‘이야기의 선’을 그려간다.
걷는 사람은 보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낀다.
시야의 높이가 낮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면 도시의 냄새, 바람, 벽의 질감까지 인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행자는 단순한 방문자가 아니라 ‘도시의 공동연구자’로 변화한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 캠페인에서는
면천읍성~합덕제~안섬포구를 잇는 ‘걷기형 관광 루트’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 길은 단순히 관광 동선이 아니라, 당진의 역사·문화·자연을 한 걸음씩 배우는 살아 있는 교재다.

 

지역이 스스로 만든 ‘걷기 교과서’ — 마을이 교실이 되다

‘걷는 당진학’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민이 교사가 된다는 점이다.
당진의 각 마을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엮어 ‘걷기 코스’를 만든다.
예를 들어, 석문면의 어촌길 코스에서는 어부들이 직접 포구의 역사와 갯벌 생태를 설명하고,
송악읍의 농촌길 코스에서는 농민들이 논과 밭의 변화, 농사력의 전통을 이야기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단순한 관광 해설이 아니라, 생활과 문화가 만나는 현장 수업이다.
관광객이 걷는 길이 곧 마을의 교실이 되는 셈이다.
특히 당진시 문화재단은 ‘걷는 당진학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시민과 여행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로컬 학습형 관광 모델을 실험 중이다.
그 안에서 여행자는 정보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을 ‘기록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이는 ‘지속가능한 관광’의 중요한 형태다 — 지역의 지식을 외부로 전파하면서도,
지역민이 그 과정을 통해 자부심을 얻기 때문이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는 이러한 주민 참여형 관광학의 공식적인 확산 시점이 될 것이다.

 

느림이 주는 통찰 — 관광을 학문으로 바꾸는 힘

관광이 소비 중심의 활동에서 ‘배움의 형태’로 확장될 때, 그 안에는 놀라운 통찰이 생긴다.
‘걷는 당진학’은 그 느림 속에서 관광의 본질을 재정의한다.
당진의 풍경은 빠르게 훑을 때보다, 천천히 걸을 때 훨씬 깊이 있게 다가온다.
예를 들어, 왜목마을의 일출은 단순한 포토존이 아니라 ‘시간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고,
면천읍성의 골목은 과거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는 현장 교재가 된다.
이렇듯 ‘느림’은 지루함이 아니라 깊이의 다른 이름이다.
‘걷는 당진학’의 참가자 중 많은 이들이 “이제야 도시가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걷기 속의 배움은 ‘보는 관광’에서 ‘생각하는 관광’으로 이동하게 한다.
이는 ‘2025-26 당진 방문의 해’가 제시하는 ‘배우는 여행(learning tourism)’의 실천적 형태이기도 하다.
즉, 당진은 관광의 목적을 소비가 아닌 이해와 공감의 과정으로 옮기고 있다.

 

미래를 걷는 도시 — 당진이 만드는 새로운 관광학

당진은 지금 단순한 지역 홍보를 넘어 ‘도시를 학문으로 해석하는 실험’에 도전하고 있다.
‘걷는 당진학’은 관광을 사회적 학습, 지역경제, 공동체 회복으로 확장시키는 프로젝트다.
도시의 길이 교재가 되고, 마을이 교실이 되고,

사람이 스스로 교사가 되는 시스템 — 그것이 당진이 만드는 새로운 관광학이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기록하는 지속 가능한 학문적 시도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를 계기로, 당진은 전국 최초로 ‘도시형 지역학 관광 프로그램’을 제도화하려 한다.
그 중심에 ‘걷기’가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 풍경, 냄새, 그리고 시간은 모두 한 도시의 교재로 편입된다.
결국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기억을 쌓고 문화를 나누는 학문적 행위’다.
이것이 바로 ‘걷는 당진학’이 던지는 메시지다 — 배움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가 걸어가는 그 길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