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없는 관광지’ 연구: 당진의 잊힌 골목이 주는 교훈

인파가 사라진 거리에서 진짜 도시의 얼굴이 드러나다

여행자가 몰리지 않는 공간에도, 도시의 진짜 이야기는 살아 있다.
대부분의 관광은 화려한 명소와 SNS에 어울리는 장면을 향하지만,
그 시선이 미치지 않는 ‘잊힌 골목’에는 도시의 근본적 숨결과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진의 오래된 거리들, 예를 들어 합덕시장 뒤편의 오래된 골목,
면천읍성의 외곽길, 송악면의 작은 철길 인근은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대신

지역의 일상과 역사적 기억이 겹겹이 쌓인 곳이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를 맞아, 당진은 이제 ‘관광객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오래 머무는 도시’를 지향한다.
즉, 화려한 장소보다 조용한 장소의 철학적 가치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관광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 글은 ‘관광객 없는 관광지’라는 역설적 공간을 통해 당진이 우리에게 건네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인간적인 여행의 의미를 짚어본다.

당진 레트로 거리

‘관광객이 없는 공간’의 사회심리 — 관심의 부재가 만든 순수함

사람들은 보통 ‘유명하지 않은 곳’을 외면하지만, 바로 그 무관심이 한 공간의

순수성을 지켜주는 힘이 된다.
당진의 구도심, 특히 합덕읍 구시장 골목이나 당진시청 뒤편의 소규모 상가 거리를 걸어보면
관광지 특유의 상업화된 풍경 대신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의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벽의 오래된 간판, 삐걱거리는 목제 문, 아침마다 열리는 작은 반찬가게의 풍경이
관광객이 찾지 않는 도시의 정직한 얼굴이다.
이런 공간은 관광객에게 ‘관찰의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무대가 된다.
관광심리학적으로 볼 때, ‘관광객이 적은 장소’는 오히려 몰입형 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유도한다.
방문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관찰자가 되고, 그 안에서 ‘도시를 이해하는 속도’가 달라진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를 준비하는 당진시는
이런 ‘비주류 관광지’의 잠재력을 재발견하고 있다.
즉, 관광객이 없는 공간이야말로 도시가 본래의 속도로 숨 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행의 토대라는 것이다.

 

잊힌 골목이 말하는 도시의 기억 — 공간의 시간성에 주목하다

당진의 잊힌 골목들은 도시의 시간성을 품고 있다.
예를 들어, 면천읍성의 남문 밖 좁은 길은 조선시대 시장이 형성되던 공간으로,
지금도 오래된 기와집과 간이 상점이 이어져 있다.
이 골목을 걸으면, 벽돌 틈새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고 마치 도시가 사람에게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고 말하는 듯하다.
당진은 산업화 이후 빠르게 도시 구조가 바뀌었지만, 이 골목들만큼은 도시의 기억을

붙잡고 있는 마지막 서가다.
이곳은 단순히 ‘볼거리’가 아니라 기억의 지형(Memory Landscape)이다.
역사학적으로도 이런 장소는 지역 정체성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 프로젝트는 이 ‘기억의 거리들’을 단순한 관광지로 포장하지 않고,
‘배움의 길(Learning Path)’로 기획 중이다.
즉, 관광객이 골목을 걷는 동안 도시의 역사, 지역민의 삶, 공간의 시간 구조를 ‘공부하는 여행’으로

유도한다. 이 방식은 소비형 관광을 넘어 해석형 관광(Interpretive Tourism)으로

당진 관광을 확장시키는 시도다.

 

관광객이 사라진 거리에서 생겨난 예술적 가능성

잊힌 골목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가 스며들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다.
당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비주류 공간을 활용한 로컬 아트 프로젝트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합덕제 인근 폐상가 리모델링 프로젝트, 면천읍성 거리의 벽화 재생 프로그램,
송악면 구 철도창고 갤러리화 사업 등이 그 사례다.
이 프로젝트들은 단순히 골목을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잊힌 기억을 예술로 번역’한다.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골목이기에 예술가들은 상업적 부담 없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고,
지역민들은 그 공간을 다시 자신의 생활권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바로 ‘관광객 없는 관광지의 생산성’이다.
조용한 골목일수록 창작의 에너지가 흐르고, 그 속에서 새로운 문화 생태계가 자라난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의 문화정책 또한 이러한 소규모 창작 공간과 ‘관찰형 예술 관광’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관광은 이제 소비의 행위가 아니라, 창조의 과정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의 미래는 ‘비가시성’에 있다 — 당진이 던지는 철학적 제안

당진의 잊힌 골목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관광의 본질은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깊이 보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관광산업은 가시적인 명소, 화려한 경관, 인플루언서 중심의 공간에 집중했다.
하지만 당진은 이제 비가시적 관광, 즉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도시 경험’을 제시한다.
조용한 거리, 오래된 벽, 남겨진 표지판 하나가 사람의 감정과 기억을 자극한다.
그 안에서 여행자는 단순히 구경하는 자가 아니라, 도시의 철학을 해석하는 사상가로 변한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의 비전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광객이 없는 관광지’는 실패한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진심이 드러나는 실험실이다.
그곳에서 여행자는 ‘빠름’이 아닌 ‘깊음’을 배우고, 지역은 그 침묵 속에서 지속가능한 관계를 재구성한다.
결국, 당진의 잊힌 골목은 ‘관광의 철학’을 다시 쓰는 조용한 혁명의 무대다.

 

잊힌 골목은 도시의 양심이다

관광객이 없는 골목은 외롭지 않다.
그곳에는 여전히 사람이 살고, 시간이 머문다.
화려한 명소의 이면에서 도시의 기억을 묵묵히 지키는 이 작은 거리들이야말로
당진의 진짜 얼굴이다.
‘2025-26 당진 방문의 해’는 이 조용한 골목들의 가치를 세상에 다시 알리고 있다.
관광은 결국, ‘보이는 세계를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하는 일’임을 당진의 잊힌 골목이 우리에게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