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과학

전통 발효식품 속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와 차이는?

땅무니25 2025. 8. 19. 11:59

우리 식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김치, 된장, 청국장, 막걸리와 같은 전통 발효식품에는 공통적으로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최근 건강·영양학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는 같은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주 제기됩니다. 언뜻 보면 두 개념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그 범위와 의미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 발효식품 속 유산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이 언급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유산균이란 무엇인가?

유산균은 말 그대로 포도당이나 유당 같은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젖산(lactic acid)을 생성하는 세균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학술적으로는 Lactobacillus, Bifidobacterium, Leuconostoc, Pediococcus 등 다양한 속(Genus)에 속한 균주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이들은 발효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산을 만들어 식품의 부패를 억제하고, 독특한 맛과 향을 형성하며, 영양학적 가치를 높여 줍니다. 예를 들어 김치의 시큼한 맛, 청국장의 독특한 풍미, 요구르트의 상큼함은 모두 유산균 발효의 결과입니다.

 

전통 발효식품에서 유산균은 자연적으로 환경에 존재하는 균주가 선택적으로 증식하여 우세종이 됩니다. 이는 온도, 소금 농도, 원재료의 성분 등 다양한 환경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자연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진 김치나 된장에는 지역과 가정마다 조금씩 다른 유산균 군집이 형성되며, 이것이 한국 발효식품의 다양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사람의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말합니다.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가 똑같은 물질은 아니다

 

프로바이오틱스란 무엇인가?

프로바이오틱스는 단순히 유산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섭취했을 때 사람의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을 뜻합니다. 2001년 WHO와 FAO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충분한 양을 섭취했을 때 숙주의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미생물”로 규정됩니다.

 

즉,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과 같은 특정 세균일 수도 있지만, 모든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인 것은 아닙니다. 건강에 이로운 효과가 임상적으로 검증된 균주만이 프로바이오틱스로 불립니다. 예를 들어, Lactobacillus rhamnosus GG, Bifidobacterium lactis BB-12 등은 위산과 담즙을 견디며 장까지 도달해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김치나 된장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산균들은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모든 균주가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발효식품 속 유산균은 “잠재적 프로바이오틱스 후보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전통 발효식품 속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의 차이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의 차이는 크게 과학적 검증, 안정성, 활용 방식에서 구분됩니다.

1. 과학적 검증 여부

  • 전통 발효식품 속 유산균: 자연 발효 과정에서 우연히 증식한 다양한 균주. 일부는 건강에 유익할 수 있지만, 모두 검증된 것은 아님.
  • 프로바이오틱스: 특정 균주가 선택되어 장내 생존 능력, 면역 조절 효과, 소화 개선 등의 효능이 임상시험으로 입증됨.

 

2. 안정성과 생존율

 

  • 전통 유산균: 발효 과정에서 많이 존재하지만, 위산이나 담즙에 의해 상당수가 장에 도달하기 전에 사멸할 수 있음.
  • 프로바이오틱스: 내산성, 내담즙성이 검증되어 장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춤.

 

3. 활용 방식

  • 전통 유산균: 주로 음식으로 섭취되며, 다양한 균주의 혼합으로 풍미와 영양을 동시에 제공.
  • 프로바이오틱스: 건강보조식품이나 의학적 목적으로 단일 혹은 복합 균주 형태로 섭취.

즉, 김치나 된장 속 유산균은 풍미를 만들고 건강에 잠재적 도움을 주지만, 이를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 연구자들은 전통 발효식품 속에서 새로운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발굴하려는 시도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식탁에서 얻는 균형

결국 중요한 점은, 발효식품 속 유산균과 건강기능식품 형태의 프로바이오틱스는 서로 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입니다. 발효식품은

자연스러운 균주의 다양성을 통해 장내 미생물 환경을 풍부하게 하고, 프로바이오틱스는 검증된 특정 균주를 통해 체계적으로

건강 개선 효과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김치를 꾸준히 섭취하면 수십 종의 유산균을 다양하게 섭취할 수 있으며, 이는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를 통해 특정 균주의 효과(예: 설사 예방, 변비 개선, 면역력 강화)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이 현대인의 건강 관리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일 수 있지만, 모든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는 아니다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즉, 전통 발효식품 속 유산균은 자연의 다양성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고, 프로바이오틱스는 과학적 검증을 통해 안정성과 효능이 보장된 선택지라는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