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과학

전통 발효식품의 숙성 기간별 미생물 변화

땅무니25 2025. 8. 25. 23:53

전통 발효식품은 숙성 기간에 따라 미생물 군집이 크게 변화하며, 이러한 변화가 맛, 향, 영양, 건강 기능성을 좌우한다. 초기에는

잡균 억제를 위한 발효균이 빠르게 자리 잡고, 중기에는 유산균과 바실러스 같은 핵심 미생물이 주도권을 잡는다. 숙성이 깊어질수록 발효산물과 효소가 축적되어 독특한 풍미와 기능성 성분이 강화되며, 이는 발효식품의 건강학적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목차

 

 

전통 발효식품의 숙성 기간별 미생물 변화
전통발효식품 미생물 변화는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진다.

 

숙성 초기의 미생물 변화

숙성 초기 단계는 발효식품의 특성이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김치, 된장, 청국장과 같은 전통 발효식품은 원재료에 포함된 천연 미생물과 환경에서 유입되는 다양한 균주가 함께 작용하면서 발효가 시작된다. 이때 주요한 변화는 잡균 억제와 발효균의 선별적 증식이다. 예를 들어 김치의 경우, 발효 초기에 Leuconostoc mesenteroides와 같은 이형발효 유산균이 빠르게 번식한다. 이 균은 낮은 온도에서도 잘 자라며, 젖산·이산화탄소·에탄올을 생산하여 산소를 제거하고 잡균 성장을 억제한다. 또한 발효액의 산도를 점차 낮추어 병원성 세균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한다. 된장이나 청국장의 경우에도 Bacillus subtilis와 같은 내열성, 내염성 세균이 콩 단백질을 분해하며 초기에 자리 잡는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미노산, 펩타이드, 아미노산 유래 풍미 물질은 숙성 후반부 풍미 형성의 기초가 된다. 즉, 숙성 초기 단계는 미생물 군집이 안정화되며 발효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단계로, 잡균 억제와 기본 풍미의 밑바탕 형성이 핵심이다.

 

숙성 중기의 미생물 활성과 풍미 형성

숙성 중기로 접어들면 미생물 군집은 한층 안정화되고, 발효의 주도권이 특정 균주에 집중된다. 김치에서는 젖산 농도가 높아지며 Lactobacillus plantarum, Lactobacillus brevis 등 젖산균이 우점종으로 자리 잡는다. 이들 젖산균은 젖산뿐 아니라 아세트산, 숙신산, 휘발성 화합물을 생산하여 시고 톡 쏘는 맛과 향을 만든다. 동시에 이들 대사산물은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병원성 세균을 억제하는 항균 효과를 지닌다. 된장과 간장에서는 발효가 진행되며 Aspergillus oryzae 같은 곰팡이 효소가 활발히 작용하여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전분을 당으로 분해한다. 이러한 물질은 숙성의 중기 단계에서 감칠맛(umami)의 핵심 성분인 글루탐산과 향기로운 알코올류를 형성한다. 청국장의 경우 Bacillus subtilis가 분비하는 나토키나제와 폴리감마글루탐산(γ-PGA)이 집중적으로 축적되며, 점질성과 특유의 향, 기능성 효과가 이 시기에 극대화된다. 따라서 숙성 중기는 발효식품이 단순히 보존성을 갖추는 단계를 넘어, 고유한 맛과 영양, 그리고 기능성 성분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숙성 후기의 미생물 다양성과 건강 기능 강화

숙성 후기에는 발효의 흐름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다. 김치의 경우, 산도가 크게 증가하여 일부 유산균은 사멸하지만, Lactobacillus plantarum과 같이 산에 강한 균주가 최종적으로 살아남아 풍미와 기능성을 유지한다. 이 단계에서 생성되는 다량의 젖산은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유해균 억제 효과를 지속적으로 발휘한다. 된장과 간장의 숙성 후기에는 멜라노이딘과 같은 갈색 고분자 물질이 축적되며, 이는 항산화·항염 효과가 강해져 건강 기능성을 높인다. 또한 오랜 숙성을 통해 단백질이 더 작은 펩타이드로 분해되어 소화 흡수가 쉬워지고, 혈압 조절이나 항암 작용과 같은 생리활성이 강화된다. 청국장은 숙성 후반부에 특유의 진한 향과 점성이 유지되면서 바실러스균의 안정된 효소 활성이 지속되어, 장내 유익균 증식, 면역 강화, 혈전 예방 효과가 꾸준히 발현된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숙성 후기의 발효 대사산물이야말로 전통 발효식품의 궁극적인 가치라고 본다. 미생물 다양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가장 강력하고 적응력이 높은 균주만 살아남아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곧 숙성 기간이 길수록 발효식품이 더욱 깊은 풍미와 강력한 건강 기능을 지니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숙성 단계별 미생물 변화 & 건강 효과 
숙성 단계 주요 미생물 변화 발효 대사산물 풍미 특성 건강 효과
초기 - 원재료/환경 유래 미생물 다양
- 잡균 억제
- Leuconostoc mesenteroides (김치)
- Bacillus subtilis (된장·청국장)
젖산
- 초기 아미노산, 펩타이드
- 이산화탄소
- 신선하고 가벼운 신맛
- 잡균 억제 환경 조성
- 병원성 세균 억제
- 발효 안정화
- 장내 환경 개선 시작
중기 - Lactobacillus plantarum, L. brevis 등 젖산균 우점
- Bacillus spp. 활발
- Aspergillus oryzae 효소 작용 (된장·간장)
- 멜라노이딘(갈변 물질)
- 다량의 펩타이드
- 농축된 젖산·유기산
- 진한 풍미와 깊은 색
- 숙성 특유의 향기 완성
강력한 항산화·항염 효과
- 혈전 예방, 항암 활성
- 장내 환경 장기 안정화
- 소화·흡수 용이
후기 산성 환경 적응 균만 생존
- L. plantarum 등 산성 내성 균 우세
- 효소 활성 안정화
- 멜라노이딘(갈변 물질)
- 다량의 펩타이드
- 농축된 젖산·유기산
- 진한 풍미와 깊은 색
- 숙성 특유의 향기 완성
- 강력한 항산화·항염 효과
- 혈전 예방, 항암 활성
- 장내 환경 장기 안정화
- 소화·흡수 용이

 

전통 발효식품의 숙성 기간별 미생물 변화는 초기에는 잡균 억제와 안정화, 중기에는 맛과 향 및 기능성 성분 형성, 후기에는 건강 기능성 강화와 최종 풍미 완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발효식품이 단순한 저장 음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맛과 건강 가치를 동시에 축적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